Magical Reality

• 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한국적 풍경을 대형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한국사진이 국제 감각을 가진 작가들에 의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무렵이었다. 예술로 사진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소위 말하는 현대사진의 정체성에 문제의식을 가진 신인 작가 다운 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생각은 이랬다. 사진의 주제나 문제의식 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감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한국식 태도' 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소위 각 나라들 마다 '문화'가 존재하듯이 인간의 실체 없는 행동 양식을 시각화하려는 의도였다.
  나의 초기작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에서부터 도시 풍경의 실체와 변모를 시각적으로 경험하여 왔다. 어느 날 자유의 여신상이 도시의 옥상에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 이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아이들은 서양의 금발인형 '바비'를 가지고 놀며 놀이동산은 전 세계 의 관광지 그림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국의 절과 교회는 소림사가 아니라 도시의 지하로 스며들었다.
  눈속임의 품경에 속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호기어린 시각만이 존재하며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현란한 형형색색의 풍경들이 어느 마술 공연장에 와 있는 듯 했다. 마술사의 오른손만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태도였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트로트의 관광버시는 월요일 아침 학생들이 책을 보며 등교하는 스쿨버스가 되어 있었고 연말에 들떠 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모텔을 배경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서 있다. 웨딩홀의 이름 모를 장식과 화려함은 한복과 고무신에 가려 있으며 노래방은 온갖 컨셉으로 무장하다 못해 우기는 분위기다.
  이 모든 풍경들을 '한국식 태도' 로 바라본다는 것이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오히려 친근하며 천박함 보다는 애정 어린 태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긍정의 힘이 커진 탓일까? 한국적 풍경이 이렇게 애돌아 오는것은 그저 스스로를 인정하고 차분하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마술'이 즐거운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