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opia

• 나는 진지한 역사의 기록을 하는 작가도 아니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찾는 작가도 아니다.
  굳이 나에 대해 정의하자면 원하는 것을 찾아 다니고 왜곡하고 만들고 상상하며 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소심하고 시니컬한 공상가일 뿐이다. 그러면서 끝없이 내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 자각에 대한 노력은 영국이라 는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한 이후 더욱 크고 강해졌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배웠던 너무나 당연히 믿고 있었던 진실들이 내가 접한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코드로 내게 전해져 오는 것에 많은 충격과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작업을 통해 풀어보고 싶었다.
  여기에 보여지는 작업들은 내가 직접 촬영하지 않은 사진들이다. 북한이라는 소재적 공간에서 개인적인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고 그렇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가장 그들의 관점에서 기록한 것들이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많이 달랐다. 나는 이러한 사진들을 3년 전부터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집된 사진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건물들 을 옮기고, 높이고, 색을 칠하며 정해진 사진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이미지화 하여 내가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작업으로 옮기고 싶었다. 작업이 내게 주는 의미는 내 나름대로의 상상이 가득 찬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나에게있어 그것은 진실일 뿐이다.
  내 사진 속에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모호한 줄긋기 일뿐이다. 시간과 공간이 제멋대로 조합된 “비현실적인 세계”는 보는 이의 시선을 어지럽게 만든다. 현실 그 너머에 있으나 초현실적이지 않기에 현실이 더욱 실제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속 대상들은 카메라의 단순한 시선의 처리만 가지고도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